사운드 디자인은 더 이상 스피커 뒤에 숨어 있지 않다. 2025년의 현장들을 보면 소리는 귀로 듣는 감각을 넘어 몸으로 받아들이는 진동, 혹은 의도적으로 비워둔 침묵으로까지 확장돼 있다. fabric London의 댄스플로어부터 오사카 엑스포의 무음 설치까지, 무드를 만드는 건 볼륨의 크기가 아니라 '어디에 무엇을 얹고 무엇을 뺐는가'라는 판단이다.

지금 사운드 디자인은 '들리는 것'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옮겨갔는가?

그렇다. 2025~2026년 사이 공개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저역 진동과 촉각 트랜스듀서, 그리고 무음이라는 전략을 나란히 쓰고 있다.

  • fabric London은 450개의 촉각 트랜스듀서를 36개의 Powersoft MOVER로 교체해 2025년 1월 18일 공개했다.
  • V&A Museum과 Global Street Art의 설치는 저역 럼블을 몸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 Expo 2025 Osaka의 Utsubo Hokusai는 사운드 자체를 넣지 않고 100만 개 파티클의 반응으로 대체했다.
  • SoundeCH는 전시 사운드를 서사 도구로 다루는 캔버스·노테이션 개념을 제안했다.

공간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귀가 아니라 발바닥과 가슴뼈일 때가 있다. 저음이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순간, 뇌보다 몸이 먼저 그 공간의 온도를 판단한다. 최근 사운드 디자인이 주목받는 지점은 바로 이 순서다 — 듣기 전에 느끼는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짜느냐.

진동으로 재설계된 댄스플로어는 무엇을 바꿨나?

fabric London의 개편은 트랜스듀서 개수를 줄이면서도 몸 전체가 받는 접촉의 질을 바꾼 사례다. 기존 450개의 소형 트랜스듀서 방식에서 36개의 Powersoft MOVER로 전환한 이번 업그레이드는, 제작사 설명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방향이기도 했다. 숫자가 줄었다고 체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넓은 면적을 통째로 울리는 방식은 국소적으로 자극하던 이전 구조보다 몸 전체가 하나의 리듬으로 묶이는 감각을 만든다.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무드를 결정하는 건 결국 스피커 볼륨이 아니라 바닥과 발바닥 사이의 접촉면 밀도라는 판단이 이 개편의 배경에 있다. 사운드 디자인이 '더 크게'가 아니라 '더 고르게'를 택한 순간이다.

전시장에서 저음은 왜 만지는 감각으로 설계되는가?

전시 공간에서는 저역이 청각보다 촉각의 언어로 먼저 도착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V&A Museum의 Digital Design Weekend 'Models of Care' 설치는 얼음이 녹는 장면에 인간과 AI가 만든 사운드스케이프를 겹쳐, 방문자가 조형물에 기대어 저역의 럼블과 진동을 직접 체감하도록 구성했다. Global Street Art는 Dulux Colour of the Year Award 행사에서 두 개의 Sonaform을 활용해 드라이아이스와 프로젝션 비주얼, 블루 라이트와 함께 환경성 바이브로어쿠스틱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었다. 같은 해 Neurodivergent Pride Day에는 Turner Contemporary에 세 개의 Sonaform이 배치돼, 신경다양성 커뮤니티가 감각 놀이와 실험을 나누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소리를 '들려주는' 대신 '기대게' 한다는 점이다. 청각이 아니라 접촉이 먼저 반응하는 설계는, 소리를 배경음악이 아니라 공간의 온도 조절 장치로 다루는 태도에 가깝다.

소리를 빼는 것도 사운드 디자인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뺀 자리에서 더 큰 반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Expo 2025 Osaka의 Utsubo Hokusai 설치는 의도적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넣지 않았다. 대신 최대 100만 개의 파티클이 관람객의 몸짓에 반응하도록 만들어, 관람객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웅성거림 자체가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처럼 작동하게 했다. 안내문은 이 프로젝트에 7일간 1만 건 이상의 방문자 상호작용이 있었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무음 설계가 오히려 군집 반응과 현장 감각을 키운 사례로 읽힌다. 소리를 채워 몰입을 만드는 방식과, 소리를 비워 관람객의 움직임 자체를 소리처럼 읽히게 만드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결의 큐레이션이다. 두 방식 모두 '무엇이 무드를 만드는가'라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점은 같다.

브랜드와 전시는 사운드를 어떻게 서사로 조직하는가?

사운드는 이제 효과음이 아니라 이야기를 조직하는 언어로 다뤄진다. The One Show 2025 사운드 디자인 부문 아카이브에는 Tonal, Apple, Channel 4, Essity/Bodyform, Hospitals United For Sick Kids, Alvin Ailey/Whitney Museum, Save the Children Hong Kong 같은 실제 브랜드·기관 사례가 다수 올라와 있어, 사운드 디자인이 광고·캠페인·문화 프로젝트 전반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SoundeCH 연구는 전시 사운드 전략을 돕기 위해 Sound narratives canvas, Sound narratives notation 같은 실무 도구를 제안했는데, 이는 사운드를 감에 의존해 배치하지 않고 서사 구조로 설계하려는 시도다. SAGE 저널에 실린 "Audio for extended realities" 연구도 XR 오디오를 4개의 사례 연구로 설명하며, 사운드 설계가 게임·전시·확장현실 환경에서 상황과 맥락, 기억을 조직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정리한다. 소리가 서사의 도구가 될 때, 큐레이션의 초점은 '어떤 소리를 넣을까'에서 '어떤 순간에 무엇을 기억하게 할까'로 옮겨간다.

왜 지금 사운드 디자인을 감각 디자인의 축으로 다뤄야 하는가?

시각 중심으로 읽어온 공간 경험은 이미 익숙하다. 색과 조명, 재질까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사운드는 확인하는 감각이 아니라 통과하는 감각이라 큐레이션의 언어로 다루기 어려웠다. 2026년 기준으로 정리된 사례들은 이 어려움을 정면으로 다룬다 — 진동과 촉각, 침묵을 각각 하나의 설계 변수로 명시적으로 다루면서, 사운드를 '분위기'가 아니라 '결정'의 영역으로 옮겨놓았다. 감각 디자인을 읽는다는 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판단의 흔적을 찾는 일이고, 사운드는 그 흔적이 가장 늦게 발견되는 자리였다.

이 방식은 어떤 취향에 더 잘 맞을까?

몸 전체로 자극을 받아들이는 몰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fabric London이나 Sonaform 계열의 바이브로어쿠스틱 설계가 더 맞는다. 반대로 조용한 여백에서 스스로 반응을 만드는 쪽을 선호한다면 Expo Osaka의 무음 설계 같은 접근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공간을 고를 때 '이곳은 나를 진동으로 채우려는가, 침묵으로 비우려는가'를 먼저 감지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의 무드를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

결국 이 계절의 사운드 디자인은 무엇을 남기는가

소리를 크게 트는 것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2025~2026년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건 진동의 밀도, 침묵의 타이밍, 서사의 구조까지 모두 사운드 디자인의 재료라는 사실이다. 볼륨을 낮추고도 몸에 남는 감각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사운드 디자인이 향하는 방향이다.

핵심 정리

  • fabric London은 450개 트랜스듀서를 36개 Powersoft MOVER로 교체해 2025년 1월 공개했고, 에너지 절감 방향으로 설계됐다.
  • V&A Museum과 Global Street Art, Neurodivergent Pride Day의 Sonaform 설치는 저역 진동을 만지는 감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 Expo 2025 Osaka는 사운드를 넣지 않고 100만 개 파티클과 관람객 반응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대체해 7일간 1만 건 이상의 상호작용을 이끌었다.
  • The One Show 2025와 SoundeCH의 도구는 사운드가 서사와 맥락을 조직하는 설계 언어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 판단 기준은 '더 크게'가 아니라 '어디에 무엇을 얹고 무엇을 뺐는가'다.